1. 비인가 국제학교, 문제는 "비인가"?

KBS 추적 60분에서 <비인가 국제학교,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를 방영한 이후, 제법 이슈가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학교"라고 불렀던 “비인가 국제학교”가 정식 학교도 아닐뿐더러 설립이나 운영 등 거의 모든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대로된 교육이 아닌 그저 돈벌이 수단으로 아이들을 이용한다는 비판이라 할 수 있겠지요. 교육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것과 다르게 인생을 결정하는 것인데, 같은 사회에 사는 어른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으니 비판은 분명 타당하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이번에 방송된 내용은 이미 많이 나왔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인터넷에서 “비인가국제학교”라고 검색만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내용으로, 동시에 “국제학교”라고 검색해보면 엄청난 수의 광고성 자료들을 볼 수 있기도 합니다.
같은 의미에서 친한 동생녀석이 나온다고 해서 뭣도 모르고 봤었던 SBS 그것이 알고싶다 <두 마리 토끼잡기의 함정, 호주 워킹홀리데이>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시면 아실 수 있듯 그알 이전 이후로 수없이 많은 경고성 방송과 영화까지 나왔음에도 호주 워킹홀리데이의 모습이 별반 나아지지 않은 것처럼 말이죠.

2. <비인가 국제학교, "무엇"을 위한 학교인가>
내용적으로는 공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문제를 좀더 심층적으로 다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목을 좀 달리해서 생각해보면 좀더 명확하게 보인다 할 수 있을텐데요,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라는 표현은 피해자가 명확해진다는 면에서 비판하기는데 유리하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라는 대상을 파악하는데는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어떤 부모도 분명, 굳이, 일부러 비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건 아닐테니까 말이죠.
이렇게 생각하면 시각은 "누구를 위한"에서 "무엇을 위한"으로 옮겨가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위해, 비인가 국제학교까지 다니면서 얻으려고 하는 것이냐. 그리고 그에 대한 답은 방송에서도 나왔듯, “영어를 위해”, 그리고 “해외 대학진학을 위해”라고 할 수 있겠지요.
목표를 위한 선택이었다면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봐야할 것입니다. 동시에 부수적인 것들 (목표외 이득, 혹은 손해)도 생각해야겠지요. 개인적으로 저는 여기에 "비인가"와 "인가"의 구분은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하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를 보낸 부모가 일부러 비인가로 보낸 것이 아닌까 말이죠. 그리고 그 부모는 비인가 국제학교를 통해서라도 기대이익은 인가 국제학교를 다닐 때의 이익(기대치)과 비슷하거나 차이가 적을거라 생각했을테니까 말이죠.
어쨌거나, 명확하지는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부족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시작했을 "비인가 국제학교". 그렇다면 부모들이 (혹은 자녀들이) 비인가 국제학교를 통해서, 좀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비인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학교를 통해서 얻으려고 했던 것이 무엇일까?

3. 국제학교의 장점 (1). 단언컨대 영어?
국제학교를 (인가든 비인가든) 보냄으로써 기대할 수 있는 이득의 첫번째는 단연 "영어"일 것입니다.
단적으로 본다면 영어능력이 좋아지기는 합니다. 하지만 사실 그걸 위해 들여야하는 시간과 노력, 아이의 스트레스나 포기한 것들까지 생각하면 많이 아쉽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다른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끼리 쓰는 외국어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고, 모국어 능력의 향상을 기반하지 않으면 결국 B급 C급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조금 구체적으로는 유창성(Fluency)은 높아질지언정 적확성(Accuracy)은 별반 높아지지 않기 때문이죠.
정리하면, 국제학교를 다니게 되면 영어에 대해 좀더 편안해지고 어느 정도 능숙하게 대할 수 있는 장점을 갖게 됩니다. 다만 그 어느 정도 능숙해 보이는 수준의 영어를 만들기 위해 들인 노력과 시간, 비용, 감수해야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많이 아깝다”는 말이 가장 적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영어에 대한 어떤 이론이 맞는지 틀리는지는 직관적으로 대상언어를 한국어로 바꿔보면 됩니다. 모국어와 외국어 학습법이 다르다는 반론이 있겠지만 방법론에서 근본적 차이는 아니기 때문이구요. 오히려 이 부분 때문에 "모국어 교육"이 중요하다는 반론의 근거가 될 수 있기도 하죠.
4. 국제학교의 장점 (2). 해외대학 진학에 유리하다?
국제학교를 보냄으로써 얻을 수 있는 두번째 이익은 "해외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점입니다. 이 두 가지 장점은 방송에서 인터뷰에 응했던 부모님들이 말했던 것이기도 하죠.
방송에서는 해외대학에 전혀 유리하지 않은 것처럼 굉장히 부정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도 합니다. 유리/불리를 간단히 잘라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대부분의 해외에서는 기본적으로 비인가/인가 구분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딱히 비인가 국제학교만 콕집어 불리하게 적용할 수가 없다는 뜻이지요. 눈치 채셨겠지만 이 포스팅에서 딱히 인가/비인가를 구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해외대학교에서 아시아계 국제학교의 성적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이 있건 분명하다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직접 학교담당자에게 들은 얘기기도 하고, 실제로 대학지원을 하다보면 흔히 보는 일이기도 하죠. 심지어 인가학교라고 하는 여러 학교들의 경우도, 영국이나 미국, 캐나다의 본교로 (추가시험이나 절차없이) 갈 수 있는게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걸 해외 대학교에서 모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대학들의 신입생 통계 자료들을 보면 같은 이름의 학교라고 하더라도 국가가 다르면 다른 학교로 분류하기도 하죠. 결국 겉으로 보이는 졸업장이 현지 유명학교와 같다고 해서 학생을 똑같이 평가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정리하면,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딱 그 수준입니다. 그와 반대로 한국의 일반계 고등학교 졸업보다는 분명하게 절차상 혹은 학제상 유리한 부분은 있죠.
“즐겁게 배우는 법”을 가르치는 나라, 영국 (feat.영국 초등학생이 부르는 아파트)
안녕하세요, UKPLUS NEWS 입니다. 며칠 전, 영국 초등학교의 아침 풍경 영상을 봤는데, https://www.instagram.com/reel/DLo4ow3i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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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제학교의 장점 (3). 공립과 다른 교육환경?
방송에서는 딱히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지만, 제가 보는 가장 큰 포인트는 좀 다른데 있습니다. 굳이 이름을 붙여본다면 "환경", 혹은 "교육 환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교과/비교과 커리큘럼과 건물, 운동장, 외부시설, 외부네트워크, 인적 요소들의 영향을 모두 합한 개념이죠.
"교육환경" 자체는 장점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장점이라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굳이 카테고리에 맞춰 표현을 하자면, "공교육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교육환경의 제공"이 되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세번째가 제일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은데, 이건 결국 “무엇을 배우는가”, 혹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의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장점 (영어능력의 향상, 해외대학 진학시 유리)보다는 원론적인 문제이기도 하죠. 학교의 가치, 학교의 역할, 교육의 가치, 학교와 교육의 사회적 가치.. 이런 것들 말이죠.
<비인가 국제학교, 누구를 위한 학교인가> 방송에서는 "비인가"로 한정했지만, 포스팅에서 인가/비인가를 구분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르다"는 점에서는 인가/비인가가 동일하고, "무엇을"이라는 관점에서는 동일한 문제를 내포하기 때문이죠. 방송에서 다룬 비인가 국제학교의 문제를 인가 국제학교를 늘리면 간단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교육환경이라는 것이 단순히 시설을 비롯한 외부적인 수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니 말이죠.
같은 이유에서 국내 학교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또 나오는 말이지만 "7세고시", "영유레테" (영어유치원이라는 표현도 비인가국제학교라는 표현처럼 불법이지요), "초등 의대반" 등등은, 결국 사회 구성원이 느끼는 교육적 필요에 대해 공교육이 제대로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들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
개인과 사회의 이상은 다르기 마련입니다. 99%가 만족해도 만족하지 않은 1%가 생길 수밖에 없죠. 실제로는 1%가 아니라 10% 이상일 수 있고 말이죠. (인가/비인가 국제학교의 재학생의 수가 전체 학생의 10% 정도가 된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사회가 표준으로 정한 기준이 개인에게 맞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이걸 해결해야할까라는 고민이 생겼을 때, 아시아의 경우는 대개 “검증된 선진국”을 따라 가는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을 보이는 듯 합니다. 유독 아시아에서 국제학교가 힘을 갖는 이유라고 할 수 있을테죠. 반면 대륙권 유럽이나 캐나다, 뉴질랜드의 경우는 공교육을 더 다양하고 크게 키우는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반면 영국은 사교육을 통해 필요한 부분은 보충하되 공교육과의 연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경우는 사교육으로 탈출할 수 있는 사람을 우대하는 방향으로 보인다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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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학교보다 “학원”으로 대표되는 사교육 방식을 중심으로 해결하려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영유나 국제학교도 같은 카테고리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동력은 무엇보다도 옆사람보다 비교우위를 갖기 위한 경쟁이 자리잡고 있다고 생각하구요. 얼마나 잘 이해했느냐가 아니라 몇 등이냐의 싸움. 그 극한의 모습이 비인가 국제학교로 나타나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과도한 경쟁에 치여 더 생산적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자라지 못하는 친구들을 보면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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