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KPLUS 칼럼

"영유"를 위한 변명

ukplus 2026. 4. 7. 16:22

 

1주일전 KBS 추적 60분이 시작한 <비인가 국제학교> 논란이, 이번 주 들어 <영유 금지법>이라 불리는 "학원의 설립 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 개정 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거의 2주에 걸친 논란 속에서, 핵심은 비켜가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왜 "영유"인가" ("영유여야 했는가")하는 질문 말이죠.

어린 시절에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점과, 한국에서 영어가 가지는 위상을 감안하면, 영어 교육이 취학전에 집중되는 걸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닙니다. 며칠 동안 얘기를 나눈(?) 어느 분이 표현하신대로 초등학교 입학을 하면 그 때부터는 수학에 올인해야 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영유는 흔히 비인가 국제학교로 이어지는 입구가 되기도 합니다. 공교롭게 KBS 고발프로가 방영되고 다음주에 영유 금지(?)와 관련된 법률이 개정된 것도 우연만은 아닐 듯도 하죠. 미취학 전에는 영유가, 취학후에는 비인가 국제학교가 역할을 이어받게 되는데, 여러가지 문제들이 있으니 한번에 손보자는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영유 (비인가 국제학교) 문제. 알지만 어쩔 수 없다

영유가 정식으로 유치원이 아니라거나, 나아가 정답이 아니라는 점은 소중한 자녀를 영유에 보내는 분들도 사실 알고 계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영유는 한국적 교육환경에서 고육책처럼 만들어진 부분일 것입니다. 공적으로 제공하는 돌봄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학습적인 면에서도 기대치면에서도 미치지 못한다 여기는 것이겠지요. 공교육이 제시하는 길로 따라가기만 해도 괜찮다면 모를까, 단계별로 퀀텀점프를 해버리는 교과과정. 여러가지가 더 있지만 결국엔 공교육안에서의 영어교육에 대한 불안이 영유아 시기부터 시작하는 영어 사교육 트랙의 진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람을 기준으로 말한다면, 영어를 더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고 싶고, 동시에 아이들을 맡길 수 있는 안전한 환경 말이죠.

영어가 문제라면 그냥 몇 년 영국이나 미국의 사립학교 (유치원까지 포함해)로 가서 살다 오면 되는 일이지 않느냐 말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마만, 사실 영유와 영국사립학교 혹은 미국사립학교는 카테고리가 조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렇게 시간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죠. (참고로, 영국사립학교는 만 4세부터 학생비자를 받을 수 있어요.)

 

 

 

조기유학이 영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1) 비용의 차이

조기유학의 효과를 물어보신다면 "좋다"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환경자체가 아예 다르니까요. 다만 비용적으로는 쉽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조기유학 (사립학교) 비용은 국내 인가/비인가 국제학교보다 높죠. 때문에 조기유학이 영유의 직접적인 대안이 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우선 비용을 보면, 아래 몇몇 학교의 학비 테이블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현재 저희 학생들이 다니는 학교들을 무작위로 뽑아봤습니다), 한국나이 유치원에 해당하는 만 5~6세까지의 학비는 (영국식으로는 Year 1 ~ Year 2) 학기당 대략 5천 파운드, 한화로 연간 3천만원 정도입니다. 보통 Year 7부터는 보딩 (기숙사)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는 비용이 더 올라가죠.

현재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영국 사립학교의 2025/2026 학비 테이블

 

 

 

 

참고로, 영국 중고등학교 사립 기숙학교 (보딩스쿨)을 기준으로 학비와 기숙사 비용을 합한 비용은 적게는 3~4만 파운드 (대략 6~8천 만원)에서부터, 평균적으로는 5~6만 파운드 (약 1억~1억2천 만원) 정도입니다. 여기에 가디언 비용이나 항공료 등을 합하면 연 1.2~1.5억까지는 들어간다고 봐야하죠. 통학 옵션의 경우 영국 평균은 고등학교 졸업학년 (Year13) 기준 평균 2.5 ~ 3만 파운드 정도, 한화로 환산하면 5~6천만원 선입니다.

 

 

 

기숙사를 제외한 학비로 본다면 영국 사립학교의 비용은 국내의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Chadwick International)나 서울의 덜위치 컬리지 (Dulwich College Seoul)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용으로 볼 때 "괜히 귀족학교라 부르는게 아니구나"하는 생각도 듭니다만, 국내 및 아시아계 국제학교들을 여럿 둘러본 경험으로 얘기하자면 평가가 좀 과하다는 생각은 듭니다.

 

 

 

 

송도 채드윅 국제학교와 서울 덜위치 컬리지의 2026년 학비 테이블

 

 

 

 

 


그에 비하면 한국에 있는 영국계 제주국제학교의 경우는 학비가 연간 3천만원, 기숙사의 경우는 별도로 1.5천만원 정도라고 하니 기본비용 (학비 + 기숙사)의 경우는 5~6 천만원 정도로 영국에 비해 절반 정도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에 학교내/외의 직간접적인 활동 비용을 합하면 평균적으로 1억 정도 들어간다고 하니 절반까지는 아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건 영국계 학교지만 비용은 한화 혹은 미화 (달러)로 계산하고 있습니다.)

 

 

 

 


영국계 제주 국제학교 NLCS의 2026년 학비 테이블

비용이 문제라면 저렴한 동남아 유학이 대체재가 될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하실 수 있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 여러 학교들을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본 형태로 본다면 심지어 가장 유명한 학교들이라고 하는 수준조차 한국의 인가국제학교보다도 낫다고 말하기 어려운 수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당연합니다. 영국이나 미국의 본교가 해외에 분교를 세울 때의 기준이 국가마다 같을 수가 없으니까 말이죠. 한국학생이 거의 대부분이 아니라는 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만 그게 영어 원어민도 아니니 어학적으로 굉장히 큰 장점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죠.

 

 

 

 

조기유학이 영유를 대체할 수 있을까? (2) 상황의 차이

본래 국제학교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니, 다시 영유 얘기로 돌아온다면....

영국사립학교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의 조기유학도 영유의 대안이 되지는 않는다 말할 수 있습니다. 비용의 차이 때문만이 아니라 영유를 보내는 상황과 다르기 때문인데요, 영유를 보내는 분들의 얘기들을 들어보면 "내 눈 앞에서" 혹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학교(든 학원이든 유치원이든)를 보내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부모님 중 최소 한 분이 따라 가야하는 조기유학 (영국의 경우 기숙학교는 적어도 만 7세 이상, 통상 9세부터니까요)의 경우 맞벌이거나 해외로 같이 가실 수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영유를 대체할 방법이 있는가

저는 이 포스트에서 영유가 옳다 그르다, 혹은 그 효용이 좋다 아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애초에 기본적으로 조기 영어교육이라는 개념에 반대하는 입장도 아니죠. 저 스스로도 아들녀석을 이중언어 (bilingual) 로 키우려고 시도했던 전력이 있기도 하죠. 다만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영유에는 반대하는 입장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유는 그저 과도하기 때문이고 예상할 수 있는 단점에 비해 효용이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기 때문이죠. 애초에 교육학적으로, 발달과 관련된 연구에 의해 검증된, 영유아들에게 안전하고 도움이 되는 방식이라면 그게 뭐든 상관은 없다 생각합니다. 그런 방법이 있다면 오히려 널리 알려서 더 많은 아이들이 혜택을 누리게하는게 맞겠지요.

문제는 현재 상황에서, 영어는 해야겠고, 조기유학은 가족이 떨어져 지내야하니 어렵고, 인가 국제학교는 비싸고, 그래서 영유로 보내는 상황에서 기존의 영유가 아닌 대안이 뭐냐...가 되겠지요. (주제는 아니지만 비인가 국제학교도 같은 이유(처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정부의 시선대로 사람들이 영유로 몰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면, 그 이유에 따른 처방이 필요한 것은 자명합니다. 동시에 영유가 옳지 않다면 영유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을 만드는 것이 사회가 할 일이구요.

개인적으로는 이번 조치로 인해 영유가 없어질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생각해보기론, 일부 영유 옹호자 분들이 말하는 "경험으로 볼 때, 좋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이것도 저것도 다 챙겨낼 수 있는 (필연적으로) 초고가의 영유와, 그럴 바엔 차라리 영국이나 미국으로 나가겠다는 해외 조기유학의 흐름이 더 강화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형식적으로 비켜난 (하루 수업시간, 주당 수업시간 제한에 맞춰 교과별 학원을 둘로 혹은 셋으로 나누는 등의 형태로) 영유아 영어학원이 분리되어 살아남는 상태가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여기서 문제는 이 세 가지 방법이 모두 비용의 증가를 동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국제보고서들에서 특별하다 할 정도로 주목했던 영유아 단계에서의 과도한 사교육 문제 (심지어 그 효율도 좋지 않고 해악이 심하다고 연구자들이 경고하는) 가 오히려 더 심화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엔 다시 돌아와 "영유를 대체할 방법이 있는가"의 문제일 듯 합니다. 정부의 시각에서 영유가 문제가 많아 흐름을 바꿔야 한다면, 그 흐름을 수용할 수 있는 납득할 수 있는 대안도 함께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대안이 제 시간안에 제시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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